[가우디 강의] 성가정 성당 1: 지중해 고딕, 옷 입은 고딕

[가우디 강의] 성가정 성당 1: 지중해 고딕, 옷 입은 고딕

 

성가정을 기리는 속죄 성전. 이 성당은 건축가 가우디가 43년간 고민하며 발전시켜 온 최고의 작품이다. 얼핏 고딕 성당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성당에서 우리는 그가 젊은 날부터 고민해온 여러 건축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성당 역시 이성과 감성으로 빚어졌다. 가우디는 성가정 성당의 양식을 가리켜 ‘지중해 고딕’, 혹은 ‘옷 입혀진 고딕’이라 하였는데 깊숙이 헤아려보면 그 뜻은 가우디의 건축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성가정은 ‘아기 예수, 성모 마리아, 성 요셉이 나사렛에서 이루었던 가정’을 가리킨다. 복음서에 잘 묘사되어 있었지만, 성가정이 대중적인 신심의 대상으로 발전된 것은 17세기의 일이었다. 바르셀로나에 성가정을 기리는 성당을 지으려 마음먹은 이는 주셉 마리아 보카베야라는 서적상이었다. 그는 가톨릭 종교서적을 출판 유통하는 로스 에레데로스 데 라 비우다 플라를 소유한 신심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가 처음 가졌던 생각은 이탈리아 여행 중 로레토에서 보았던 성당을 모방하려는 것이었다. 로레토 성당이 ‘성스러운 집Santa Casa’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곳에 나사렛에 있던 마리아와 성 요셉의 집을 그대로 본 떠 만든 구조물이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성당 건축은 당시 교구 건축가였던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비야르가 맡았다. 그가 설계한 성가정 성당은 회중석이 3열로 세워지고 그 양편에는 부벽이 줄지어 선 전형적인 고딕성당이었다. 하지만 비야르는 보카베야의 친구이자 건축 자문이었던 마르토렐과 의견 충돌이 있었고, 그가 사임한 건축감독 자리에 안토니 가우디가 들어오게 된다.

‘옷 입혀진 고딕’이라는 가우디의 말에는 기존 고딕성당이 벌거벗고 있다는 판단이 들어있다. 그리고 가우디는 이 위대한 성당에 지중해의 온화한 햇빛 속에 찬란하게 빛날 생기 넘치는 옷을 입히기로 결정했다. 성가정 성당은 가우디 사망 100주기가 되는 2026년 완공될 예정이다.

Byungki Lee

Byungki Lee

architect, editor at architwins
가우디의 모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가우디 연구에 가장 중요한 두 권의 책을 번역했고,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가우디 특별전 기획위원, 2015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가우디전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Byungki Lee